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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1.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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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미기]양희님.jpg

 

2022(壬寅年) 새해가 밝았지만 3년째 이어오는 코로나19는 우리네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 이제는 대면과 비대면의 소통과 양자 간의 균형에 맞춘 새로운 페러다임의 구축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른바 대면과 비대면으로 각자의 소통 역할은 물론 교류하는 인간(homo communicans) 즉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과 희망을 계획하며 신년의 포부를 이야기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상실감과 정서적 우울감이 현실로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소통과 공감이라는 것이 타인과 세상을 보살피는 따뜻한 힘이지만, 과도하게 짊어지게 되면 마음이 지쳐 자기 번아웃(burnout·극도의 정신적 피로나 무기력)이 찾아올 수 있다. 특히, 합리적 결정과 조언이 흔들려 타인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따라서 문화가 주는 정서적 안정, 지적소유와 힐링의 포인트가 큰 자리를 차지한다.

 

문향의 고장 영양군이 주는 다양한 문화공간은 역사적으로 위엄이 강하며 시대정신이나 문학 사상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다. 맑은 밤하늘의 별빛을 수놓은 아시아 최초 국제 밤하늘 보호공원, 죽파리 자작나무숲길, 선바위 관광지등 자연의 신비로움을 비롯해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장계향 문화체험교육원, 산촌박물관, 조지훈문학관, 오일도 시비공원, 이문열문학관이 조성되고 있어 문향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

 

[꾸미기]영양이 낳은 민족문학사의 거목 조지훈.jpg

 

영양군의 대표적인 학자이며 시인인 승무의 저자 조지훈(1920~1968)선생의 지훈문학관이 주실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주실마을은 한양 조씨 집성촌으로 주실마을 북쪽에는 일월산(日月山)이 있고 그 옆으로는 문필봉(文筆峰)과 연적봉(硯滴峰), 노적봉(露積峰) 등 해발 200m 높이의 봉우리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으며 반변천이 흐른다.

 

마을 입구에는 수백 년 된 느티나무와 소나무 등으로 조성된 주실쑤라는 울창한 숲이 있다.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어 오늘날까지 가꾸어 온 것으로 장승을 뜻하는 사투리를 섞어 수구막이 숲혹은 생명의 아름다운 숲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필봉은 말 그대로 붓을 닮아 뾰족한 삼각형 모양을 띄고 있다풍수지리설에 의하면 봉우리로 문필봉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학자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며 실제로 조동원박사, 조동길교수, 국문학자였던 조지훈교수 등 수많은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꾸미기]조지훈 문학관.jpg

    

훈문학관은 현대를 살아가면서 소신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의연할 수 있음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청록파시인으로 일반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4.19혁명의 불꽃을 지피고 추상같은 질책으로 지조 있는 삶을 외친 논객이요, 한국의 민족문화사를 재정립한 민속학자라는 사실과 일제 강점기 이후 험난한 역사적 현실아래 선비의 지조와 열정을 지니고 살아온 삶을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성인의 소명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학습의 공간이며, 주실마을과 문학관을 탐방하며 자신을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문화공간이라 추천하고 싶다.

 

지훈시공원은 주실마을의 뒤편에 조성되어 둘레 길처럼 걸으며 시를 읊고 심신의 안정과 한옥들의 고즈넉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 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시인이 된 듯 지훈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빛을 찾아가는 길

 - 조 지훈 -

사슴이랑 이리함께 산길을 가며

바위틈에 어리우는 물을 마시면

살아 있는 즐거움의 저 언덕에서

아련히 풀피리도 들려오누나

해바라기 닮아가는 내 눈동자는

紫雲(자운) 피어나는 靑銅(청동)香爐(향로)

동해 동녘바다에 해 떠오는 아침에

북받치는 설움을 하소하리라

돌부리 가시밭에 다친 발길이

아물어 꽃잎에 스치는 날은

푸나무에 열리는 과일을 따며

춤과 노래도 가꾸어 보자

빛을 찾아가는 길의 나의노래는

슬픈 구름 걷어가는 바람이 되리.

    

조지훈이 가졌던 선비로서의 품격과 빛을 찾아가는 삶의 발자취는 어떠한 경우에도 재물과 사람과 문장을 빌리지 말라는 선대로부터의 대물림된 삼불차(三不借)의 가르침이 아닐까. 삼불차의 정신은 주실마을에 세거를 정한 한양 조씨들의 자존심의 발로이자 근대사의 굴곡을 헤치고 빛을 찾아가는 삶의 지표이다. 

 

인생은 어둠속에도 광명한 빛을 찾아가는 길이기에 새로운 생각들은 아름다운 세상을 밝히는 힘이 된다. 좁고 어두웠던 삶이 강한 인내 속에 혹독한 추위마저 이겨냈을 때 비로소 따스한 봄 햇살이 우리 곁으로 찾아와 심장에 물든 새싹들을 푸르게 꽃피우듯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둠속에서도 광명한 빛을 찾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희망해 본다. 


(조지훈문학관장/시인 양 희)

 

 

 

 

조지훈문학관장/시인 양 희 기자 @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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